Yes24 적립금이 남아서 뭔가 읽어볼만한 책이 없을까 하던 찰나에 크게 소개를 해서 구입한 전자책입니다. 소설가 김영하는 TV 예능 알쓸신잡에도 나와서 유명합니다. 알쓸신잡을 보지는 않았습니다. 책을 다 읽고 알았지만 그의 장편 소설인 살인자의 기억법은 설경구 주연의 영화로도 나왔다고 하네요.
소설의 초판이 2013년에 나왔고, 소설의 내용을 기반으로 한 영화가 2017년 개봉되었습니다. 지금은 넷플릭스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 같더라구요. 그리고 소설의 개정판이 2020년 출간되었습니다.
소설의 내용은 과거 한번도 잡힌 적 없는 연쇄살인범이었지만 모종의 사고로 살인을 그만두고 살아가고 있는 70대의 남성이 알츠하이머를 겪으면서 사라져가는 기억을 남기기 위해 써내려간 일기입니다.
일기 형식으로 나와있어서 문체가 간결하고 쉽게 읽어내려갈 수 있지만, 그와 동시에 1인칭의 소설이라 시시각각 진행하는 알츠하이머를 피부에 와닿게 느낄 수 있습니다.
문체 자체는 쉽고 분량도 많지 않아서 술술 읽을 수 있는 책이긴 하지만, 내용은 그리 공감이 가진 않았습니다. 마지막에 반전이 있는데, 그 반전도 명확하게 나와있진 않고 잉? 이게 뭐야 하면서 끝나버려요. 그러고 나서 책 뒤에 평론가가 쓴 서평이 이어지는데 거기에 이렇게 말합니다. 너가 이 소설을 한번만 읽었다면 제대로 읽은 게 아니라고.
끝에 반전을 접하고 한번 더 소설을 읽으면 이 책의 진정한 내용을 알 수 있을 거라고 말합니다.
일단 책이라는 것이 이야기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불친절하고 또 한번 읽어서 이해가 안되는 게 당연하다는 식의 내용은 좀 어이가 없었어요. 그건 소설가가 잘못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신 영화는 줄거리를 좀 각색을 해서 내용이 이해가 잘된다는 호평이 많았습니다.
뭐 일단 다시 읽어보라는 말을 듣고나서 그래요 처음부터 다시 읽어보긴 했어요.
음... 느낌이 새로운 면이 있긴 하지만 다시 읽으니까 그 전에 보지 못한 스토리 상의 헛점이 많이 보였습니다.
예를 들어서 주인공이 입양한 딸에게 딸의 진짜 부모에 관해서 말하는 부분이 두번 나오는데, 처음에는 부모님을 만나보긴 했지만 잘 모른다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나중에 다시 한번 더 나올 때에는 너희 부모님 만난 적이 없고 고아원에서 죽었다고 이야기만 들었다 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걸 듣고 수긍하는 딸도, 서로 모순된 이야기를 하는 주인공도, 잘 공감이 안됐어요.
물론 주인공의 기억이 흐릿해지는 알츠하이머 환자이긴 하지만 소설 전체에서 감싸고 있는 내용이 과거는 더욱 명확하게 기억하지만 미래나 최근의 기억은 잊혀진다고 하는데, 그런 거면 입양한 딸의 친부 친모에 관한 기억이 알츠하이머 때문에 뒤죽박죽이라는 건 더 이해가 안갔습니다.
소설 전체에 그리스 신화나 철학에 관해서 나옵니다. 작가께서 박학다식하신 건 알겠지만 그리 많이 공감가진 않았습니다. 당장 뭘 하고 있는지 기억도 못하는 주인공이 그렇게 정확하게 고전문학의 내용을 알고 있다는 것이 조금 이상했습니다.
한가지 좋았던 점은 알츠하이머에 관하여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었고 이게 정말 무서운 병이구나 하는 느낌은 들었습니다. 그것 빼고는 제 취향이 전혀 아니었어요.
화차, 모방범 등으로 유명한 일본의 추리소설가인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추리소설은 아니고 에도시대의 괴담을 모아놓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 불행한 일을 겪어서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가진 여자 주인공인 오치카는 친척의 가게에서 괴담을 듣는 일을 합니다. 너무나 괴이해서 누군가에게 말을 하기도 힘든 그러한 일들을 들어주는 대신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며, 본작에서는 네가지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재미있어 보이는 설정이라 읽기 시작했는데, 알고보니 이 책은 시리즈의 네번째 책이더라구요. 각각의 괴담이 모여있는 액자형 구성이라 딱히 이전작을 읽어도 읽지않아도 상관은 없는데, 괴담을 들어주는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물들의 배경이 간간이 녹아있어서 첫편부터 읽었으면 더 좋았을 껄...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에도시대의 배경과 풍습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어서 아주 흥미롭긴 하였지만 또 동시에 너무 자세히 묘사되는 바람에 나오는 여러가지 일본어 때문에 여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이해가 어렵기도 할 것 같아요. 하지만 전체적인 줄거리는 아주 흥미로웠으며, 괴담이라고 해서 딱히 무섭거나 고어한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괴담을 말하고 들어주는 과정에서 상처입은 마음들이 치유된다고나 할까 따뜻한 분위기의 소설이었습니다. 좀 더 찾아보니 작가인 미야베 미유키는 전부 99개의 괴담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이번 작의 후속작이 또 나왔다고 합니다.
마음 속에 담아둬야만 했던 이야기들을 누군가에게 나누면서 치유의 과정을 겪어가는 그러한 이야기가 요즘 세대의 고독함과 그로 인한 마음의 병을 상담을 통해 치유하는 것이 생각이 났어요. 저 옛날 시대에도 상담과 이야기의 과정은 중요하구나. 그리고 사실 주인공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맞장구를 쳐주거나 알맞은 추임새를 넣을 뿐 능동적으로 뭘 하진 않습니다 (이야기를 듣는 중에는요).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커다란 위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담담한 대화형 문체라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어서 좋았고,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 세계관에 좀 더 빠져들어보고 싶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