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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4.20 [번역]천재 과학자를 자살로 이끈 후성유전학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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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지난 글이긴 하지만, 오늘 세미나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고 번역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원 글은 여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The Case of the Midwife Toad: Fraud or Epigenetics? 

by Elizabeth Pennisi



획득된 유전. Kammerer의 산파개구리 (midwife toad)는 그 다리에 알을 운반하는 대신에 물에 알을 낳는다.  사진출처: NEIL HARDWICK PHOTOGRAPHY, PHOTOGRAPHERSDIRECT.COM


폴 캄머러(Paul Kammerer)는 20세기 초, 과학계에서 가장 유명한 부정행위 중 하나의 범인으로 불려져 왔습니다. 그와 동시에 그는 연구실 조수가 저지른 위조의 희생양으로 불리기도 하였고, 어떤 사람들은 정치적 혹은 과학적 반대파의 함정에 빠진 것이라고도 합니다. 이번 주에 나온 새로운 연구 (역주: 이 기사는 2009년 9월에 발행되었습니다) 는 이제 그의 악명 높은 실험이 최근 각광 받고 있는 분야인 후성유전을 최초로 보여주었다는 것을 밝혀내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1900년대 초에 시작합니다. 오스트리아의 생물학자인 캄머러는 생명체의 일생 동안 획득한 형질이 다음 세대로 전해져 내려올 수 있다는 라마르크의 견해를 굳게 믿었습니다. 그는 라마르크적인 상속 (Lamarckian inheritance)이 도마뱀과 멍게를 포함한 다양한 생명체에서 관찰되며, 그 중 산파개구리 (midwife toad, Alytes obstetricans)는 그가 발표한 가장 유명한 증거였습니다.


대부분의 개구리와 두꺼비는 물 속에서 교미를 하고 수중 환경에서 산란을 합니다. 하지만 산파개구리는 육지생물입니다. 암컷과 수컷은 마른 땅위에서 만나 교미를 하고, 그 즉시 수컷이 알 띠를 자신의 다리에 감싸서 알에서 올챙이가 부화할 때까지 지니고 다닙니다.

물 속에서 교미를 하는 개구리는 그 앞다리에 교미 패드(nuptial pad)라고 불리는 특징적인 색깔을 지닌 돌기가 있는데, 그것은 수컷이 축축하고 미끄러운 암컷을 끌어안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육지에서 교미하는 습성 때문인지, 산파개구리는 이러한 교미 패드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적어도 캄머러가 그의 실험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말이죠.

캄머러는 이 개구리들을 건조하고 무더운 환경에 가둬서 개구리가 교미한 후에 그 알을 물 속에 낳게 되도록 유도했습니다. 대부분의 알은 죽어버렸지만, 그 중 3-5퍼센트의 알이 살아남았고, 생존한 개구리는 그 부모의 육지성 생활 습성을 잃어버렸습니다. 살아남은 개구리들은 시원하고 습한 환경에서도 교미와 산란을 물속에서 하는 것을 택했습니다. 캄머러는 이러한 습성이 그가 연구한 여섯 세대 내내 나타났다고 발표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세번째 세대에서는 앞다리에 피부가 두꺼운 부분이 나타났으며, 두 세대 이후에 이것은 진짜 교미 패드가 되었다고 캄머러는 보고했습니다. 산란된 알도 또한 더 두꺼운 점액질을 가지고 난황 부분이 줄어들었으며, 올챙이의 지느러미 크기가 커지는 등의 수중 생활에 유용한 특성들도 나타났다고 합니다.

마침내, 캄머러가 이러한 "수중 습성의" 개구리를 보통의 개구리와 교미 했을 때에, 그는 이 "수중 습성의" 형질들이 멘델의 유전 법칙에서 관찰할 수 있는 비율로 나타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인디아나 대학교의 과학 역사가인 Sander Gilboff에 따르면, 캄머러는 이렇게 생겨난 유전적 형질들이 새로운 세대에 물려진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시대의 희생양일까? 오스트리아의 생물학자인 캄머러는 결과적으로 거짓이 아닌 연구로 인해 불명예를 입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CREDIT: © BETTMANN/CORBIS 

캄머러의 동료들은 이 결과에 경악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곧 과학계의 큰 손들에 의해 수많은 공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결정적인 치명타는 1926년에 미국 자연사 박물관의 파충류학자인 G. Kingsley Noble이 캄머러의 "수중생활" 개구리의 마지막 표본을 관찰하고 개구리의 앞다리에 먹물이 주사된 것을 발견했을 때였습니다. Noble은 1926년 8월 7일 네이쳐지에소 "우리는 패드가 없다는 사실을 확정적으로 증명하였다"라고 하면서, "이 표본이 패드가 있었는지 여부는 추측에 불과할 뿐이다"라고 썼습니다. Noble과 그의 동료들은 패드와 변색된 부분을 보이는 클래머의 사진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산파 개구리가 원래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후 두 달이 안되어서 캄머러는 오스트리아의 산속에서 자살하였습니다. 어떤 이들은 그가 불명예로 인하여 자살했다고 하기도 하고, 다른 이들은 실연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이유가 무엇이었던 간에, 캄머러는 그의 죽음 이후에도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켜 왔습니다. 이 사건에 관한 아서 쾨슬러(Arthur Koestler)의 책이나, TV 다큐멘터리, 소련에서 제작된 영화 등은 모두 캄머러를 희생양으로 보았습니다. 캄머러는 " 한 천재가 어떻게 추락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과학계 부정행위의 전형적인 예이거나, 과학계에서 기득권에 대항하는 모든 세력의 영웅으로 여겨지기도 한다"고 예일 대학교의 Gunter Wagner 교수는 말했습니다.

이제 산티아고 칠레 대학교의 진화 발달 생물학자인 알렉산더 발가스(Alexander Vargas)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그는 21세기의 관점으로 이 사건을 자세히 조사했습니다. 그는 2009년 9월 3일에 발행된 Journal of Experimental Zoology Part B: Molecular and Developmental Evolution에서 머러의 실험이 근래에 잘 알려진 후성 유전의 결과라고 주장했습니다. 영국 캠브리지 대학의 발달 생물학자인 Azim Surani는 "그 당시에는 밝혀지지 않았던 잠재적인 기작만이 그의 관찰을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발가스는 덧붙여서 이것은 "과학적인 몰이해의 비극적인 사건"이라고 말했습니다. 

생후에 획득된 형질은 후세에 유전되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이것은 DNA에 일어나는 화학적 변화의 결과가 다음 세대로 유전되기 때문입니다. DNA의 염기서열은 그대로지만, DNA에 메틸기의 추가와 제거는 특정한 유전자를 비활성화 시키기도 합니다. 이러한 변화가 후성유전의 근간이 됩니다.


캄머러는 비 멘델 유전인 후성유전의 진정한 발견자였을 수도 있습니다


발가스는 캄머러가 또한 부친과 모친 중 특정한 쪽으로만 유전이 될 때 나타나는 형질인 "부모 기원 영향" (parent of origin effect)을 깨달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캄머러의 실험에서, 부계(父系)가 (물 속에 알을 낳는) "수중형질" 개구리 일 때, 다음 첫 세대의 100퍼센트와 그 다음 세대의 3/4가 "수중형질" 개구리가 되었다고 나와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부계가 기존의 육상동물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면, 그 반대도 사실이라고 하였습니다. 이 기이한 관찰 결과는 "캄머러의 가설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으며, 그의 데이터에 의구심을 품게 만들었다"고 발가스는 저술하였습니다. 또한 발가스는 비슷한 현상이 쥐의 털 색깔 유전에서 관찰 되었는데, 이것은 Agouti variable yellow라 불리는 유전자의 후성유전적 변화에 기원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발가스는 캄머러의 개구리 알 주위의 점액질이 변형되면 일부 유전자가 비정상적으로 메틸화 될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모든 척추 동물은 이러한 점액 코팅을 가지고 있으며, 정자와 난자의 수정 직후 바로 제거하면 초기 배아에서 DNA 메틸화가 감소될 수도 있다고 발가스는 지적했습니다.

변형된 메틸화 패턴은 포유류, 특히 순종이 아닌 잡종에서 신체 크기에 영향을 미치고 부모 기원 영향 (parent-of-origin effect)는 새의 난소 크기에 영향을 미칩니다. 마찬가지로 이는 수중생활 개구리의 더 큰 신체 사이즈와 그 알의 더 작은 사이즈의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캄머러는 비 멘델 유전인 후성 유전의 진정한 발견자였을 수도 있습니다"라고 발가스는 결론지었습니다. 그리고 후속 세대에 걸친 이러한 형질의 강화는 메틸화 레벨의 증가된 양의 반영일 수도 있으며, 과 메틸화된 Agouti yellow gene 유전자를 지닌 마우스의 털이 더 어두운 것과 유사한 현상으로 보입니다.

발가스는 후성유전적 기작이 수중 생활의 형질을 이끌어내며 산파 개구리의 극히 일부가 수중 산란에서 살아남도록 해주는 희소한 열성 형질과 교미 패드가 연관되어 있을 지도 모른다고 제안했습니다. 결국, 교미 패드 열성 유전자를 가진 각각의 두 생존 개체가 교미하여 교미 패드의 발현을 유발한 것입니다.

발가스는 캄머러의 실패의 결정적인 원인이 된 먹물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쾨슬러를 비롯한 몇몇은 그것을 질투심 많은 연구조교 혹은 캄머러의 과학적이나 정치적 반대파의 조작으로 돌렸습니다.

Gliboff 교수는 발가스의 주장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캄머러가 과학자로써 실패한 것으로 보지 않기는 여전히 힘들다"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반면에 Surani 교수는 호기심에 가득 차 "누군가가 이 [캄머러의] 실험을 재현해본다면 엄청나게 흥미로울 것입니다"라고 말하면서 다음을 덧붙였습니다, "캄머러가 결국 옳았다는 결과가 나와도 전혀 놀랍지 않을 것입니다."


후성유전학이란? - 후성유전학 위키피디아 페이지 번역
https://blog.naver.com/ruins0408/221139689623


DNA 메틸화란? - DNA methylation 위키피디아 페이지 번역
https://blog.naver.com/ruins0408/22115555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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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un들지마